일상'My daily

1년 이후...

김득영 Kim Deukyoung 2015. 11. 13. 13:30



연필화를 그리기 시작 한지가 이제 만 1년이 되었습니다.

종이 박스 속에 수장 되어있던 저의 작품들을 이렇게 거실 바닥에 모아 놓고 사진을 찍어 봅니다.

1년 동안 틈틈히 작업을 했지만 작품은 몇 점이 되지 않는군요...

섬세한 작업이 되어서 그런지 시간이 참 많이 소요되었던 그림들 입니다.


이렇게 섬세한 그림들을 그리게 되었던 계기는 

제가 10년 가까이 이루어 놓았던 사업체 운영의 실패 이후 큰 좌절감에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젊은 나이에 시작한 사업이지만 큰 꿈과 주변의 기대 만큼이나 승승장구 하던 시절 이였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업체는 인도네시아.중국.말레이시아에서 숯을 수입해서 전국 각지의 도.소매상.숯불 갈비집.가든.팬션.캠핑용.등을 공급하던 업체였는데요.

주변에서는 10년을 운영을 하였으면 돈 좀 많이 벌지 않았냐 하고 말들을 합니다.

하지만 사업체도 흥망성쇠가 있듯이...

망할 때가 되니 이렇게 글로써 다 못할 악재들이 한꺼번에 겹쳐서 몰려 오더군요...


사업의 실패 이후에 적어도 3~4년은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던 것 같습니다.

거의 2년 반 동안을 법원과 법무사 사무실을 오가며 금전적 문제들을 해결하러 다니면서

저와 가족들은 인생의 밑바닥 까지 떨어진 상태였지요.

지금 생각하면 가장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일은 장인. 장모님의 부동산에 까지 압류 딱지를 붙게 만든 일 이였지요...


사업실패 이후 저는 지난 1년 전 까지만 해도 사회생활을 못할 정도로 심각한 알콜중독자였습니다.

술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치료를 위해 알콜 폐쇠병동에 입원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더군요.

퇴원하고 나면 술은 더 많이 마시고 사태는 더욱 악화가 되었습니다.

술에 취해 사고로 죽을 고비도 몇 번을 넘겼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경찰 지구대는 아예 친한 친구 집 드나들 듯이 했구요.

오죽 했으면 친구가 저의 별명을 보드카-라고 했을까요.ㅡ.ㅡ"


집에서 술을 먹다 골아 떨어진 이후에는 아내가 남아있는 술 병들을 더 이상 제가 먹지 못하게 숨겼습니다.

눈을 뜨면 또 다시 술을 찾았습니다.(알콜 의존증에 빠져보지 못해본 분께서는 이해를 못 하실 겁니다)

숨겨 놓은 술을 찾다가 아들의 책상 위에 놓여진 연필을 보았습니다.

그 연필을 한참을 바라 보다가  문덕 나의 어렸을 때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학창시절 화실에서 깊이 몰두하며 석고 뎃생을 그리던 저의 모습이...그 때가 참 행복 했었는데...


아들이 쓰던 스케치북과 연필 한 자루를 들고 책상에 않아 무엇인가 끄적 끄적 그려 보았습니다.

연필의 사각 사각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연필이 저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득영아 그동안 참 많이 힘 들었지..괜찮아 괜찮아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꺼야..."


1년이 지난 지금, 연필 극사실화는 저에게 참 많은 것을 안겨 주었습니다.

술을 끊게 해주었고.

인내심을 키워 주었고.

무엇보다 큰 선물은 저의 가정에 행복을 다시 가져다 주었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늦지 않았으니 다시 화가의 꿈을 이루라고...


SBS방송국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 왔습니다.오늘은 제작진과 인터뷰가 있는 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