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춘란'Orchid

산반에 대한 이해.

김득영 Kim Deukyoung 2013. 3. 23. 12:50

 

 

 

 

1. 산반( 散斑 )의 분류와 배양 


   모든 난초의 기본이라고 보면 무난할 정도로 중요한 무늬입니다. 짧고 가는 선, 즉 잎에 나타나는 어떤 특정 모양의 무늬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짧고 가는 선들이 모여 미세하게 긁힌 듯이 잎에 나타나는 무늬를 일컫는데, 무늬는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대체적으로 소멸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산반 개체들은 꽃에도 산반 무늬를 나타내는 것이 보통이며, 간혹 복색화를 피우는 경향도 있습니다.

 

2. 산반의 다양한 예(藝)

 

1) 산반복륜
산반이 잎 가장자리로 뚜렷하게 나타나 복륜처럼 보이는 개체를 말하는데, 이러한 개체는 결국 소멸하여 무지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나 산반이 소멸하고도 복륜으로 남는 개체도 있습니다.

 

2) 전면산반
새촉이 성촉으로 자라 해를 넘겨 다음 신아를 받고도 잎 전체에 산반 특유의 순수한 무늬가 오래 유지되는 형태를 말하는데, 여기에 복륜예가 겹치면 산반은 소멸하고 복륜상의 무늬가 남는 개체도 있습니다.

 

3) 산반호
산반이 잎 기부에서 선단을 향해 뚜렷한 호의 모양으로 나타나는 개체를 말하는데, 이때 녹바탕과 경계부분은 일반 호처럼 선명하게 나타나지 않고, 긁힌 듯한 섬세한 선들로 나타나며 녹과의 부드러운 경계를 보여줍니다.

 

4) 선반(先斑)
잎 끝에 하얗거나 노란 서, 산반 등의 반점이 들어 있는 무늬를 총칭하는 말로 새촉 때는 상당히 화려한 모습이지만 자라면서 무늬가 끝쪽으로만 몰습니다. 대체로 이런 개체들은 잎 끝이 연미하여 잘 터지는 것을 볼 수 있고, 배양에 있어서도 잎 끝이 잘 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무늬가 역전되어 백색 바탕에 녹색의 가늘고 섬세한 선들이 떠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도 간혹 발견할 수 있습니다.

5) 산반중투
'후암성·소멸성 중투호' 또는 '호반중반'이라고도 합니다. 잎 가장자리에는 녹을 남기고 잎의 중앙으로 산반호가 부드럽게 통과하는 형태를 말하는데, 이때 무늬의 폭은 보통 넓게 나타나지만 발호처럼 잎 끝을 뚫고 나가지는 않습니다. 이런 형태 가운데는 무늬가 역전되어 무늬 부분이 백색으로 나타나면서 섬세한 무늬 안에는 가는 녹색 줄이 떠 있는 듯한 유형도 있어 소멸 전까지는 상당히 화려한 상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6) 축입반
잎 끝에 산반이나 산반호가 축입의 형태로 깊게 들어간 개체를 일컫는 말입니다.



7) 중 반 

잎의 끝은 감조나 감복륜을 걸치고 잎밑으로 불규칙하게 계속적인 호 모양의 줄이 몇줄씩 나타나지만 잎의 가운데는 하얗지 않은 무늬를 말합니다.

 

3. '산반호'와 '소멸성 선호반'의 구분


소멸성 선호반과 산반호는 모두가 소멸되는 무늬이기 때문에 구분에 있어 종종 혼란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이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소멸되는 과정이라 하더라도 아직 남아 있는 무늬 부분에 녹과의 경계 부분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소멸성 선호반은 선명하고 뚜렷한 경계를 나타내지만 산반이 겹친 개체들은 산반 특유의 부드러운 경계를 읽을 수 있습니다.

4. '산반중투'의 이해

 

애란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산반중투'라는 용어에 대한 적합성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산반중투라는 품종을 관찰해보면 산반 무늬로 나타나는 녹호가 산반 무늬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송'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송'이란 잎에 가느다란 솔잎 모양의 짧은 선을 일컫는데, 이러한 녹호가 잎에 나타나면 '송이 낀다'라고 표현하며 엽예로써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됩니다.

 

송이 나타나는 품종은 처음엔 깨끗한 중투 무늬를 보이다가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녹이 들어 청태가 낀 것처럼 보이며, 시간이 흐를 수록 무늬가 희미해지거나 잎이 거칠어지게 됩니다.

 

산반중투는 산반과 중투의 합성어다.

 

즉, 산반은 잎의 선단에 흰색의 실호들이 모여있는 상태이고, 중투는 잎끝에 감복륜상으로 녹색의 감모자가 둘러져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산반중투가 되려면 잎의 끝부분인 감복륜이나 감조 부분의 안쪽이 하얗게 변해야 합니다. 하지만 애란인들이 말하는 산반중투는 녹모자를 쓰면서 잎무늬에 청태가 낀 것을 말하므로 잘못된 표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꽃에 있어서도 '산반화'가 아닌 '중투화'로 피게 되며, 꽃잎에 산반 무늬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엄밀히 표현하자면 '산반중투'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품종을 '중반' 혹은 '감복륜'으로 부르는 애란인들도 있으나, '호반'에서의 '중반'이란 감복륜을 두른 상태에서 잎 중앙의 엽심이 녹색이면서 엽심 중앙으로 호가 들어있는 것을 일컫는 용어인데 비해

 

 '산반중투'라는 품종은 잎 중앙인 엽심이 녹색을 띠지 않고, 투명한 무늬이기 때문에 '중반'이라는 개념과도 어울리지 않게 됩니다. 또한, '감복륜'의 경우 신아 때는 감복륜으로 보냈다가 무늬가 후암성이 되어 송이 낀 후에도 희미한 감복륜 상을 남기므로 감복륜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일리(一理)는 있지만, 기존의 감복륜과의 이미지가 맞지 않습니다.

 

즉 감복륜은 흔히 담록색으로 엷고 맑은 바탕에 짙은 녹색복륜을 두르고 있는 개체를 일컫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이러한 특성들은 흔히 호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호반에 나타나는 녹모자를 쓰고, 중투무늬가 녹이 차와서 변함으로 인해 중반의 형태로 비치게 되므로 산반중투의 표현보다는 '호반중반'이나, 후암성 중투호 또는 소멸성 중투호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애란인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용어 표현의 옳고 그름은 차지하고서라도 이러한 품종들은 처음엔 깨끗한 무늬를 보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녹이 들어와 희미한 무늬를 남기는 후암성으로 엽예로서는 그 가치가 다소 떨어지지만 꽃을 기대하는 품종으로서는 매우 좋은 품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배양에 있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녹이 강해지기 때문에 잎이 타들어 가거나 하지 않고 번식 또한 양호한 편이므로 꽃을 기대하는 품종으로는 더할 바 없이 좋은 품종이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5. 산반의 신아


산반의 신아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의 아름다운 핑크빛으로 출아하지만 성장하면서 대부분 백색으로 남거나 초록색으로 소멸하게 되며, 간혹 설백색으로 나오는 신아에서 백색 무늬 혹은 복색화를 피우는 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6. 산반의 배양

 

산반도 선호반의 한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드물게 무늬의 변화를 보이는 개체들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체들을 작출 과정을 통해 무늬 변화가 뚜렷한 쪽으로 배양을 하게 되면 산반개체라 할지라도 별도의 파생 품종으로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때문에 배양함에 있어서도 다른 엽예품과는 달리 가구경이 한 방향으로만 나와 같은 방향으로 번식시키기보다는 세력을 좋게 하여 여러 방향에서 새촉을 받아 그 개체가 지닌 모든 가능성을 살펴본 연후에 우수한 개체 쪽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잎 무늬뿐만 아니라 꽃에서도 해마다 무늬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화아가 붙는 위치가 항상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산반 무늬 특유의 불안정성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결국 이러한 불안정성은 산반 개체를 엽예품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게 되는 조건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산반개체는 꽃 기대품으로서 관심이 집중되어 왔습니다만 최근들어 축입이나 호 등의 다양한 무늬를 보이면서 고정성이 인정되는 산반개체가 대거 등장함에 따라 엽예품으로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합니다.